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3)

hellofine 2011. 9. 5. 22:00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3)

 

 

寒來暑往 秋收冬藏 (한래서왕 추수동장)

 

寒 추울 한, 來 올 래,    暑 더울 서,  往 갈 왕,

秋 가을 추, 收 거둘 수, 冬 겨울 동,  藏 감출 장

 

추위가 오면 더위는 가고, 가을이면 거두고 겨울에는 갈무리한다.

 

 

寒 ‘추울 한’ 차가운 것을 뜻하는데, 자형은 사람이 집안에서 풀을 아래위로 덮고 있는 모양이다. 밑에는 얼음이 있다[說文 : 寒, 凍也. 从人在宀下. 从茻. 上下爲覆. 下有仌也]. 날씨가 추운 상태를 나타낸 글자다. 동(凍)은 냉(冷)으로 간주한다. 동(凍)은 얼음[仌]이다. 그래서 냉(冷)은 한(寒)이다. “바람은 세차고, 이수는 차가운데, 장사는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네[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還].” 이는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왕(秦王) 정(政)을 시해하려고, 연(燕)나라 태자 단(丹)이 보내는 자객인 형가(荊軻)가 이수(易水)가에 이르러 수레를 타고 떠나면서 불렀던 비장한 노래인데, 가히 한(寒)의 뜻을 짐작할 만하다.

 

 

來 ‘올 래’ 주(周)나라가 상서로운 보리[래모(來麰)]를 받았는데, 보리 두 개가 한 봉(夆)에 있으며, 그 망자[망자(芒朿) ; 까끄라기와 가시]의 모양을 그렸다. 하늘에서 왔으므로 ‘오고 가다[行來]’로 썼다. 시경(詩經)에서도 “우리에게 보리를 내려주시니”라고 했다[說文 : 周所受瑞來麰也. 二麥一夆. 象其芒朿之形. 天所來也. 故爲行來之來. 詩曰, 詒我來麰]. 봉(夆)은 ‘칼 끝 봉(鋒)’ 자와 같은 글자로 ‘가시 자(朿)’와 같이 끝이 뾰족한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래모(來麰)는 보리[麥(맥)]를 말하며, 간편하게 래(來)로 사용했다. 보리가 하늘에서 보내왔다는 데서 모든 것이 다다라 이르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 듯하다.

 

 

暑 ‘더울 서’ 덥다는 뜻인데, 자형은 ‘날 일(日)’로 구성됐으며, 자(者)는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暑, 熱也. 从日. 者聲]. 햇볕이 몹시 강열하여 뜨겁다[熱渾]는 의미다.

 

 

往 ‘갈 왕’ 간다는 뜻인데, 자형은 ‘작은 걸음으로 걸을 척(彳)’으로 구성됐다. 고문은 ‘쉬엄쉬엄 갈 착(辵)’이 기본구성요소다[說文 : 往, 之也. 从彳. 古文. 从辵]. 왕(往)자의 우측 방의 ‘주인 주(主)’는 풀[之]과 흙[土]으로 구성됐으므로 줄기가 점차 뻗어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갈 지(之)’ 자는 풀이 싹이 나와서 자라는 것을 상형한 글자인데, 여기서 활용돼 간다[往]는 의미가 됐다. 그래서 왕(往)은 앞으로 향해 나아간다는 뜻이다.

 

 

秋 ‘가을 추’ 곡물이 무르익는다는 뜻인데, 자형은 ‘벼 화(禾)’로 구성됐다[說文 : 秋, 禾穀孰也]. 햇볕[火]에 백곡[禾]이 성숙했다는 의미다. 이때가 되면 만물이 모두 나이가 찬다[其時萬物皆老]. 곡물보다 귀한 것은 없다. 그래서 ‘화(禾)’로 구성됐다. 곡(穀)은 온갖 곡식[百穀]을 말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귀뚜라미[蟋蟀]가 우는데, 원래는 추(秋)를 이러한 귀뚜라미를 상형한 글자로도 보았다.

 

 

收 ‘거둘 수’ 도망간 사람을 잡는다[捕]는 뜻이며, 자형은 살짝 두드린다[攴]는 의미로 구성됐다. ‘얽힐 구(丩)’는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收, 捕也, 从攴. 丩聲]. 이아(爾雅) 석고(釋詁)에는 모으는 것[收, 聚也]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활용돼 ‘거두어들이다’는 의미가 생겨났다.

 

 

冬 ‘겨울 동’ 사계절의 마지막인 겨울을 나타낸다. 자형은 ‘얼음 빙(仌)’이 기본구성요소다[說文 : 冬, 四時盡也. 从仌]. ‘얼음 빙(仌)’은 언다[凍]는 뜻인데, 물이 어는 모양을 상형한 글자다. 동(冬)이 빙(仌)으로 구성된 것은 겨울이 되면 물이 얼기[凝] 때문이다. 글자의 윗부분 ‘종(夂)’의 고문(古文)은 종(終)자다. 그래서 동(冬)은 사시(四時)의 끝으로 얼음이 어는 계절이다.

 

 

藏 ‘감출 장’ ‘풀 초(艸)’와 ‘착할 장(臧)’으로 구성됐다. 장(臧)은 선(善)하다는 의미인데, 신(臣)으로 구성됐다고 했다[說文 : 臧, 善也. 从臣]. 단옥재(段玉裁)가 설문에 주를 달기를 “무릇 선(善)한 것은 반드시 안에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풀로 곡물을 덮어 갈무리한다는 뜻에서 감춘다는 의미로 쓰였다[凡物善者, 必隱於內也. 以從艸之藏爲臧].”라고 풀이했다. 여기에서 활용돼 갈무리하다, 저장하다, 곳간(庫間) 등으로 쓰였다. 예기(禮記) 향음주의(鄕飮酒義)에 “겨울은 중(中)을 말하는 것인데, 중(中)은 잘 거둔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이는 중(中)을 장(藏)으로 해석한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왕빙(王氷)이 쓴 의서(醫書)인 소문(素問)의 음양류론(陰陽類論)에 “다섯 가지 내장의 주된 일이다(五中所主).”라고 한 말에서 왕빙(王氷)의 주는 ‘오중(五中)’을 다섯 가지 내장, 즉 ‘오장(五臟)’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中)자를 안쪽[內也]이라고 해석한 것 또한 소중하게 간직한다는 뜻의 장(臟), 곧 내부 기관(器官)의 의미로 풀이한 것이다. 속어(俗語)에 ‘오장육부가 모두 타다[五內俱焚]’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서 ‘오내(五內)’는 ‘오장(五臟)’을 말한다. 불가 경전의 ‘삼장(三藏)’이나 도가의 ‘도장(道藏)’에서 가리키는 ‘장(藏)’자 역시 안[內]이라는 뜻과 책이라는 뜻을 함께 지니고 있는데, 이 또한 고대의 ‘중(中)’자와 같은 글자라 해야겠다.

 

 

추위가 오면 더위는 가고, 가을이면 거두고 겨울에는 갈무리한다. 사기열전(史記列傳) 태사공(太史公) 자서(自序) 편에 보면 "봄에는 나고, 여름에는 자라며,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저장하는 것[春生, 夏長, 秋收, 冬藏]이니 이는 영원히 변함없는 하늘의 상도(常道)다. 만약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천하의 기강을 세울 수 없다. 그러므로 사시(四時)의 큰 법칙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한의학의 경전(經典)이랄 수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옛날에 그 도를 아는 사람은 음양의 법칙을 터득하여 자연의 이치에 따랐으니 음식도 알맞게 절제할 줄 알았으며, 늘 이러한 일상생활 가운데서 심신을 함부로 해치는 일이 없었으므로 몸과 정신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천명(天命)을 다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리하여 고인들은 천명에 순응해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는 사냥이나 살생을 금했다.

 

 

음양의 조화에 따라 해가 뜨고 달이 지듯이 계절이 바뀌고,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이처럼 천하의 이치는 변함이 없으나, 사람이 사심(私心)을 가지고 그 길을 달리하며, 스스로 하늘의 도리를 거스를 뿐이다. 그래서 사람에겐 천리(天理)를 어긴 만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인데, 이 또한 자연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김태홍(金台洪) ent01@epoch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