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이야기 (1)
天地玄黃 宇宙洪荒 (천지현황 우주홍황)
天 하늘 천, 地 땅 지, 玄 검을 현, 黃 누를 황,
宇 집 우, 宙 집 주, 洪 클 홍, 荒 거칠 황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 크다
天 ‘하늘 천’ 하늘의 머리[首]를 뜻하는데, 지극히 높아 더는 없다는 뜻이다. 자형은 ‘한 일(一)’과 ‘큰 대(大)’로 구성됐다[說文 : 天, 顚也. 至高無上. 从一大]. 전(顚)은 머리 꼭대기, 즉, 이마[頂也]를 가리킨다. 대(大)는 사람의 모양이고, 일(一)은 머리다. 그래서 사람의 머리처럼 세상 위에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아(爾雅) 석고(釋詁)에 천(天)은 임금[君也]이라 했으며, 시경(詩經) 대아(大雅)에도 군(君)은 천(天)이라고 했다. 신처럼 지극히 높은 존재를 이른다.
地 ‘땅 지’ 원기가 처음 나누어 질 때 가볍고 맑은 양은 하늘이 됐으며, 무겁고 탁한 것은 음으로 땅이 되어 만물이 펼쳐졌다. 자형은 ‘흙 토(土)’로 구성됐고, 야(也)는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地,元氣初分,輕清陽爲天,重濁陰爲地. 萬物所陳列也. 从土,也聲]. 인류와 동물 등 모든 생물이 사는 장소를 뜻한다. 하늘은 양(陽)이요, 땅은 음(陰)이다. 우측 방(旁)에 여음(女陰)을 상형하여 땅이란 뜻을 나타냈다.
玄 ‘검을 현’은 깊고 아득하다는 뜻인데, 자형은 매우 작은 것이 있는 데에서 그 위를 ‘ㅅ’으로 덮어씌운 모양을 상형했으며, 검으면서 붉은색을 띠는 것이다[說文 : 玄, 幽遠也 象幽而ㅅ覆之也. 黑而有赤色者爲玄]. 검붉은 빛깔을 칭하며 노자(老子)가 “현묘하고도 현묘하여 모든 묘함이 여기에서 비롯한다[玄之又玄 衆妙之門].”라고 이야기한 것과 같이 신비하고 현묘(玄妙)한 이치가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다. 회남자(淮南子)는 현(玄)은 곧 하늘[天]이라고 풀이했다.
黃 ‘누를 황’은 땅의 색을 뜻하는데, 자형은 ‘밭 전(田)’으로 구성됐다[說文 : 黃, 地之色也. 从田], 이는 흙[田]의 색이 누렇기[黃] 때문이다.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에 현황은 천지가 뒤섞인 것인데, 하늘은 검고[玄] 땅은 누르다[黃]고 했다.
宇 ‘집 우’ 집의 가장자리를 뜻하는데, 자형은 ‘집 면(宀)’으로 구성됐다. 대들보는 위에 꼿꼿이 가로 놓였고, 서까래는 그 양편에서 밑으로 내려뜨렸다는 말인데, 집을 짓는 것을 이른다[說文 : 宇, 屋邊也. 从宀. 亏聲. 易曰. 上棟下宇]. 변(邊)은 땅의 가장자리를 말한다.
宙 ‘집 주’ 배나 수레 같은 것이 주기적으로 되풀이하여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이다[說文 : 宙, 舟輿所極覆也. 从宀. 由聲]. 이러한 우주(宇宙)를 가리켜 회남자(淮南子)는 고금천지(古今天地)에 존재하는 끝없는 시공의 총체라고 풀이했다[上下四方叫作宇, 古往今来叫作宙].
洪 ‘클 홍’ 큰물을 뜻하는데, 자형은 ‘물 수(水)’로 구성됐다[說文 : 洪, 洚水也. 从水. 共聲]. 공(共)은 함께 한다[同]는 뜻이다. 그래서 홍(洪)은 여러 갈래의 물이 하나로 합쳐진 큰물이나 홍수를 가리킨다.
荒 ‘거칠 황’ 거칠다는 뜻인데, 자형은 ‘풀 초(艸)’로 구성됐으며, 황(巟)은 발음을 나타낸다. 한편으로는 잡초가 우거진 거친 땅이라고도 한다[說文 : 荒, 蕪也. 从艸. 巟聲. 一曰艸掩地也]. 황(荒)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尨]을 말하는데, 그냥 내버려 둔 거친 땅[薉蕪]을 말한다. 우주 만물의 근원을 논한 중국 한(漢)나라의 양웅(楊雄)이 지은 역서 태현경(太玄經)에 이러한 ‘홍황지세(洪荒之世)’라는 말이 나온다.
태초에 도(道)는 일(一)에서 비롯됐는데, 그것이 하늘과 땅으로 나뉘고 만물을 화생시켰다. 무릇 일(一)과 같은 부수에 속하는 한자는 모두 일을 따른다. 일(弌)은 고문의 일이다[說文 : 一,惟初太始. 道立於一,造分天地,化成萬物. 凡一之屬皆從一. 弌,古文一]. 태초에 태극이 생기기 이전에 도(道)라고 하거나 일(一)이라고 하는 것이 있었다. 이때에는 아직 음양(陰陽)이 존재하기 전이며, 천지도 없고 양의(兩儀)도 없으며 태극마저도 없었다. 때문에 이 일(一)이란 바로 무극(無極)이 된다. 이른바 ‘황홀(恍惚)’이요, 혼돈(混沌)이요, 원시적인 기(氣)요, 선천의 기(氣)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일(一)이다. 이 도(道)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일(一)이 존재하며 일정한 조건 밑에서 양의(兩儀)가 생기는바, 음양을 낳고 천지를 낳는다. 때문에 허신은 “도는 일에서 비롯되었는데, 그것이 하늘과 땅으로 나뉘고 만물을 화생시켰다.”라고 설명한 것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 크다. 이는 혼돈된 상태로 마구 뒤섞여 있던 천지가 하늘과 땅으로 나뉘면서 비로소 세상이 처음으로 열리는 천지개벽을 이르는 말이다. 천현(天玄)이란 삼라만상이 성주괴멸(成住壞滅)하는 근원이 되는 하늘의 현묘한 기운이요, 지황(地黃)은 혼돈의 열기로 누렇게 타오르는 대지를 이름이리라. 주역(周易)의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의 마지막에도 “현황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이 섞인 빛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夫玄黃者 天地之雜也 天玄而地黃].”라고 했다. 그리고 우주홍황(宇宙洪荒)은 도처에 큰물로 가득 찬 황량한 천지가 마침내 그 윤곽을 드러낸 태초의 모습이다.
반고(盤古) 이야기는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다. 아주 오랜 옛날, 하늘과 땅이 하나로 뭉쳐진 어둡고 흐릿한 혼돈(混沌)의 형상은 마치 큰 계란과도 같았으며, 그 속에 반고가 잠들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고가 잠에서 깨어나자 계란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맑은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 땅이 되었다. 태초에 혼돈상태에서 그가 생겼으며, 그는 천지를 갈라놓고 일어서서 하늘을 떠받쳤다고 한다. 동시에 천지 사이의 만물을 생성하였는바, 마침내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마치 모태 속의 태아처럼 신의 몸(神體)인 반고가 생기는 과정으로 우주는 바로 중국의 전설에서 말하는 천지를 개벽한 반고다.
우주는 왜 폭발하고 새로 만들어지는가. '성주괴멸(成住壞滅)', 이는 마치 사람의 신체가 몸 밖으로 찌꺼기를 내보내는 것처럼 우주의 신진대사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질은 부패하고 철은 녹슬게 마련이다. 오늘날 인류사회 또한 사람의 도덕은 이미 무너져버렸고, 자연환경의 오염은 날로 심각하다. 어쩌면 이러한 사람의 부패한 도덕이 재난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악취가 발생하는 쓰레기를 방안에 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태홍(金台洪)
'천자문(千字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5) (0) | 2011.09.07 |
---|---|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4) (0) | 2011.09.05 |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3) (0) | 2011.09.05 |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2) (0) | 2011.09.05 |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서문 (0) | 2011.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