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이야기 (4)
閏餘成歲 律呂調陽 (윤여성세 율려조양)
閏 윤달 윤, 餘 남을 여, 成 이룰 성, 歲 해 세,
律 법 율, 呂 등뼈 여, 調 고를 조, 陽 볕 양
남는 윤달로 한 해를 완성하고, 율려로 음양을 조절한다.
閏 '윤달 윤' 여분(餘分)의 달이라는 의미다. 5년마다 돌아온다[說文 : 閏, 餘分之月. 五歲再閏也]. 양력의 세(歲)와 음력의 년(年)을 비교하면 열흘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대에서는 윤달을 두는 방법[置閏法]을 사용했다. 곡량전(穀梁傳)에서 “윤달이라는 것은 매달 남은 날짜를 덧붙이는 것으로 나머지를 모아서 한 달로 만든 것이다[閏月者, 附月之餘日也. 積分而成于月者也].”라고 했다. 천자(王)가 대궐(門) 안에 기거한다는 뜻이다. 매월 초하루 천자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고삭(告朔)의 예'를 행하였는데, 달마다 천자는 종묘 안에 마련된 열두 개의 방 가운데 그 달에 해당하는 방에 머물렀다. 매월 이렇게 돌다가 윤달이 낄 경우 처소를 정하지 못한 천자는 자연 궐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윤달이라는 의미로 쓰였던 것이다[告朔之禮. 天子居宗廟. 閏月居門中. 從王在門中. 周禮. 閏月王居門中終月也].
餘 '남을 여' 글자꼴은 식(食)과 여(余)로 구성됐다. 식(食)은 모여 있는 쌀알을 뜻하는데, ‘낟알 핍(皀)’으로 구성됐다. 핍(皀)은 발음을 나타낸다. 한편으로는 낟알을 모은 것이라고도 풀이한다[說文 : 食, 亼米也. 从皀. 亼聲. 或說. 亼皀也]. 핍(皀)은 낟알을 말한다. 집(亼)은 모은다는 뜻이다. 집(亼)은 셋을 합했다는 뜻인데, ‘들 입(入)’과 ‘한 일(一)’로 구성됐다. 셋을 합한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다[說文 : 亼, 三合也. 从入一. 象三合之形]. 예전에 여(余)와 여(予)는 같이 썼다. 여(予)는 내민다는 뜻인데, 서로 주는 형상을 그린 상형문다다[說文 : 予, 推予也. 象相予之形]. 그래서 여(餘)는 음식(食)이 먹고 남을(余) 정도로 넉넉하다는 뜻이다.
成 ‘이룰 성’ 이룬다는 뜻인데, 자형은 ‘천간 무(戊)’로 구성됐으며, 정(丁)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成, 就也. 从戊 丁聲]. 천간의 중앙에 있는 무(戊)는 흙을 뜻하는데, 만물이 이러한 지기(地氣)에 의존하여 완성된다는 말이다. 또 무(戊)의 갑골문을 날카로운 도구로 보아 이를 이용해 뜻대로[丁 : 천간의 오행에서 인체의 마음을 나타낸다]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도 풀었다. 한편 도끼처럼 날이 넓은 무구(武具)를 상형한 글자로 여겨 병기[戌]를 멈추고 화해한다는 뜻으로 보기도 했다.
歲 ‘해 세’ 목성이다. 28수를 두루 지나고, 음양을 모두 돌아 한 번 운행하는 데 12개월이 걸린다. 자형은 ‘걸음 보(步)’로 구성됐으며, 술(戌)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歲, 木星也. 月歷二十八宿. 宣徧陰陽. 十二月一次. 从步. 戌聲]. 28수(宿)는 태양의 운행 궤도[黃道] 부근의 28개 항성군(恒星郡)을 가리킨다. 세성(歲星)은 목성을 말하는데, 금(金), 수(水), 화(火), 토(土)와 더불어 오성(五星)이라 부른다. 하늘의 운행은 변치 않는 규칙이 있으므로 보(步)를 기본 구성요소로 한 것이다[行天有常故從步].
律 '법 율' 고르게 펼친다는 뜻인데, 자형은 ‘작은 걸음으로 걸을 척(彳)’으로 구성됐으며, 율(聿)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律, 均布也. 从彳. 聿聲]. 균(均)은 고대에 현(弦)을 뜯어 소리[육률오성(六律五聲)]를 내는 악기(樂器)인데, 그 소리 가운데 양성(陽聲)을 율(律)이라 하고, 음성(陰聲)을 여(呂)라 했다. 그래서 악률(樂律)의 율은 죽관악기(竹管樂器) 음계(音階)를 뜻하며, 법률(法律)의 율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의미한다. 주(周)나라의 주공(周公)이 지은 것으로 전하는 자서(字書)에는 원래 척(彳)은 작은 걸음으로 걷는다는 뜻으로 쓰인 길을 의미했는데, 이것이 법칙을 나타내는 뜻[律, 法也]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리고 율(聿)은 사용하는 도구를 가리킨다.
呂 '등뼈 여' 등뼈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說文 : 呂, 脊骨也. 象形]. 옛날에 대악(大嶽; 고대 중국에서 사방의 제후를 이르던 관직명)이 우(禹)의 심장과 척추와 같은 신하[心呂之臣]가 되어 여후(呂侯)에 봉해졌다고 했다. 척추[膂]라는 의미다. 인체의 척추[呂]는 집의 대들보[梁]와 같다. 그래서 려(呂)와 량(梁)은 사실상 같은 글자다.
調 '고를 조' 조화롭다는 뜻인데, 자형은 ‘말씀 언(言)’으로 구성됐으며, 주(周)는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調, 和也. 从言 周聲]. 서로 화합하지 못한 사람을 말로서 사이좋게 지내게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직접 말하는 것을 언(言)이라 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어(語)라 한다.
陽 '볕 양' 높고 밝은 것이다. 자형은 ‘언덕 부(阜)’로 구성됐다. 양(昜)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陽, 高明也. 从阜 昜聲]. 햇볕이 바로 드는 양지바른 언덕을 이른다. 양(昜)은 양(陽)의 고자(古字)로 고(高), 명(明), 대(大) 세 가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양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햇볕이 드는 곳이면 바로 양인 것이다. 그리고 고명(高明)은 고상(高尙)하고 현명(賢明)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달의 운행 주기를 이용해 만든 책력인 음력은 양력과 열흘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음력의 '년(年)'에 남는 달[閏餘]인 윤달을 두어 사시(四時)를 정하고 해를 이룬다[成歲]. 이처럼 윤달로 절기(節氣)와 맞지 않는 오차를 보충했던 것이다. 만일 음력에서 윤달을 두지 않으면 달력상 오뉴월이 눈이 내리는 겨울철도 될 것이다.
예전에는 목성을 세성(歲星)이라 불렀는데, 마침 태양의 운행 주기와 일치한다. 사실상 고대의 양력은 목성의 운행을 근거로 만든 역법이었다. 상고시대 요(堯) 임금은 이러한 역법을 바로잡고 "일 년은 삼백육십육 일이니 윤달이 있어 네 계절이 한 해를 이루고, 백관(百官)이 잘 다스려지고 여러 가지 공덕이 모두 빛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율려는 고대에 악률을 교정할 때 쓰던 길이가 서로 다른 열두 개의 죽관이나 금속관으로 만든 기구였는데, 홀수 여섯 개(律 : 남성을 상징)와 짝수 여섯 개(呂 : 여성을 상징)로 나누어 음양을 조절했다. 율려조양(律呂調陽)은 이러한 율려처럼 음양을 바로잡아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시경(詩經)에 보면 잘 다스려져 화평한 세상의 음악이 평안하고 즐거운 것은 그 시대의 정치가 순조롭기 때문[治世之音安以樂, 其政和]이라고 했다. 이처럼 음악은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요,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나, 양[善]이 성하면 음[惡]은 양에 순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양(調陽)이라 한 듯하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불성과 마성이 함께 있는데, 모름지기 인간의 마음이 모두 바르고 착하다면 악의 일면인 마성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는 사람이 늘 선념(善念)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김태홍(金台洪) ent01@epoch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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