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6)

hellofine 2011. 9. 7. 18:30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6)

 

金生麗水 玉出崑崗 (금생여수 옥출곤강)

 

金 쇠 금,    生 날 생,  麗 고울 여, 水 물 수,

玉 구슬 옥, 出 날 출,  崑 뫼 곤,    崗 뫼 강

 

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륜산에서 난다

 

 

金 '쇠 금' 다섯 가지 색을 가진 것이 금(金)이다. 황금이 으뜸이다. 오래 묻어 두어도 녹슬지 않고, 백 번을 제련해도 가벼워지지 않으며, 사람이 마음대로 바꾸어도 모두 그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서방의 행(行)이다. 흙[土]에서 생겨나므로 토(土)로 구성됐다[說文 : 金, 五色金也. 黃爲之長. 久薶不生衣. 百鍊不輕. 從革不韋. 西方之行. 生於土 从土]. 금은 다섯 가지 색을 가진 쇠를 말하는데, 백금(白金)은 은(銀)이요, 청금(靑金)은 납[鉛]이요, 적금(赤金)은 동(銅)이요, 흑금(黑金)은 철(鐵)이다. 그리고 금은 바로 황금(黃金)금을 말한다.

 

 

生 '날 생' 나아간다는 뜻인데, 초목이 땅 위로 움트는 모양을 본떴다[說文 : 生, 進也. 象艸木生出土上]. 아래는 땅을, 위는 올라오는 형상을 상형했다.

 

 

麗 '고울 여' 무리지어 다닌다는 뜻인데, 사슴은 반드시 무리지어 다니면서 조급하게 풀을 먹는 습성이 있다. 자형은 ‘사슴 록(鹿)’과 ‘고울 려(丽)’로 구성됐다[說文 : 麗, 旅行也. 鹿之性見食急則必旅行. 从鹿丽]. 려(麗)의 본자(本字)는 원래 무리지어 다니는 모양을 형상한 ‘려(丽)’다. 후에 록(鹿)과 이(耳)를 더하여 썼다. 사슴이 서로 어울려 생활하는 습성이 반가운 손님을 맞아 함께 즐기는 인간의 사회생활과 흡사한 데서 아름답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보기도 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나오는 ‘사슴이 울며[鹿鳴]’라는 노래 가락에 이런 구절이 있다. 끼륵끼륵 사슴이 울며[呦呦鹿鳴]/들판에서 풀을 뜯네[食野之芩]/반가운 손님이 찾아와[我有嘉賓]/거문고 타며 함께 즐기네[鼓瑟鼓琴]. 그리고 사슴의 아름다운 자태를 직접 비유하여 곱다고도 했다.

 

 

水 '물 수' 고르게 한다는 뜻인데, 북방을 가리킨다. 여러 갈래의 물이 나란히 흐르는 모양을 그렸는데, 그 중에 미미한 양의 기운이 있다[說文 : 水, 準也. 北方之行. 象衆水竝流, 中有微陽之氣也]. 같은 음을 가진 말로 어원을 설명한 후한(後漢)의 사서(辭書) ‘석명(釋名)’에서도 준(準)은 높낮이가 없는 평평한 수면[平也, 從水]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玉 '구슬 옥' 돌 가운데 아름다운 것으로 다섯 가지 덕이 있다. 옥 세 개가 이어져있는데, ‘ㅣ’은 이를 꿰어 놓은 모양을 상형했다[說文 : 玉, 石之美有五德者. 象三玉之連. ㅣ其貫也]. 옛사람들은 옥을 아주 진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 중요한 기물이나 장식품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인신(引伸)돼 아름답다는 뜻으로 쓰였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임금만이 진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惟辟玉食].”라고 했다.

 

 

出 '날 출' 나아간다는 뜻인데, 자형은 초목이 위로 자라는 모양을 그렸다[說文 : 出, 進也. 象艸木益玆上出達也]. 원래 초목을 상형하였는데, 점차 밖으로 나간다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崑 '뫼 곤'은 신선(神仙)들이 살며 불사(不死)의 물이 흐른다는 전설상의 곤강(崑崗) 즉 곤륜산(崑崙山)을 가리키며, 산은 모두 옥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崗 '뫼 강' 자는 산등성마루라는 뜻이다. 그래서 언덕이나 작은 산을 강릉(岡陵)이라 한다.

 

예부터 사람들은 금과 옥을 보물 중의 보물로 여겼다. 그래서 아주 귀중한 것을 금옥(金玉)에 비유했다. 곤륜산에서 나오는 보옥(寶玉)처럼 훌륭한 인재를 곤산지편옥(崑山之片玉), 품위가 있는 사람을 금옥군자(金玉君子), 귀한 자손을 금지옥엽(金枝玉葉), 태평세월을 금옥지세(金玉之世) 그리고 사람이 꼭 지켜야 할 법칙을 금과옥조(金科玉條)라 부르면서 교훈으로 삼았다.

 

 

설문(說文)에서 옥(玉)은 다섯 가지 아름다운 덕(德)이 있다고 했다. 윤택(潤澤)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니 이는 인덕(仁德)이요, 밖으로 드러난 무늬로 그 안을 알 수 있으니 이는 의덕(義德)이요, 그 소리가 한결같아서 멀리까지 이르니 이는 지덕(智德)이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으니 이는 용덕(勇德)이요, 날카로우면서도 남을 해치지 않으니 이는 혈(絜; 헤아리다)의 덕(德)이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형산(荊山)에서 돌을 하나 주웠는데, 그것이 귀한 옥돌임을 알고 여왕(勵王)에게 바쳤으나, 이를 돌멩이로 여긴 여왕은 왕을 능멸한 죄로 그의 왼 발목을 잘라버렸다[刖刑]. 그 뒤 여왕이 죽고 무왕이 등극하자 변화가 다시 옥돌을 보였으나, 남은 오른 발목마저 잘리고 말았다. 이어 새로 왕위에 오른 문왕이 이 소문을 듣고 그에게 연유를 묻자 변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며 한탄했다. 이윽고 문왕이 그 옥돌을 쪼개어 다듬고 보니 과연 천하에 다시없는 보옥(寶玉)이었다. 이 옥구슬을 화씨벽(和氏壁)이라 일컬었는데, 이는 한비자(韓非子) 화씨(和氏)편에 나오는 고사다.

 

 

한편 사기(史記)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에 보면 나중에 화씨벽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의 소유가 됐는데, 이를 탐낸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이 성(城) 열다섯 개와 맞바꾸자고 강요하자 진퇴양난에 빠진 조나라의 명신 인상여(藺相如)는 "성을 주지 않으면 신이 (벽옥을) 완벽하게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城不入 臣請完璧歸趙)."라고 하면서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정말 그는 이를 고스란히 다시 가져왔다. 이처럼 '옥을 온전하게 보존한다.'는 것을 완벽(完璧)이라 했는데, 흠하나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는 말이다. 나중에 이 화씨벽은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의 손에 들어가 천자의 옥새(玉璽)로 가공됐다.

 

 

옥도 갈아야 빛이 나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았는가. 노자(老子)도 도덕경(道德經)에서 “금옥관자를 두른 벼슬아치가 방 안에 가득하더라도 그것을 지킬 수 없고, 부귀하나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金玉萬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라고 했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하늘은 시초를 맡고, 땅은 물건을 만드는 것[乾知大始 坤作成物]이니 대지는 하늘의 힘을 받아서 가식 없는 포용력으로 만물을 싣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만물은 이처럼 하늘에서 비롯하는데, 있어야 할 것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요, 없어야 할 것은 마땅히 없을 것이다. 이는 하늘이 정한 이치로 이를 어떻게 운용하는가 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김태홍(金台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