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5)

hellofine 2011. 9. 7. 18:25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5)

 

雲騰致雨 露結爲霜 (운등치우 노결위상)

 

雲 구름 운, 騰 오를 등, 致 이를 치, 雨 비 우,

露 이슬 로, 結 맺을 결, 爲 할 위,    霜 서리 상

 

구름이 날아올라 비가 만들어지고, 이슬이 맺혀서 서리가 된다

 

 

雲 '구름 운' 산천의 기운을 뜻하는데, 자형은 ‘비 우(雨)’로 구성됐다. 운(云)은 구름이 빙빙 도는 모양을 상형했다[說文 : 雲, 山川气也, 从雨, 云象回轉之形]. 하늘은 비를 내리고 산천은 구름을 생기게 한다. 운(云)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운(云)은 운(雲)의 고자(古字)로 원래는 운(云)으로만 썼는데, 뒤에 우(雨)를 더하여 구름이란 뜻을 나타내게 됐다. 이렇게 운(雲)자가 만들어지면서 운(雲)과 운(云)이 확실하게 구별됐다. 예전에는 운(云)자를 빌려와 왈(曰)의 뜻으로 썼다. ‘시왈(詩曰)’을 ‘시운(詩云)’이라고 한 것이 그 예다. 또, 원(員)자를 빌어 운(云)의 의미로 썼다. 그래서 원(員)과 운(云)은 서로 같이 썼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절남산지습(節南山之什) 정월(正月)에 보면 “인척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거늘[昏姻孔云]”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운(云)을 빌어 원(員)과 같은 의미로 썼다.

 

 

騰 '오를 등' 널리 퍼뜨린다는 뜻인데, 자형은 ‘말 마(馬)’로 구성됐으며, ‘나 짐(朕)’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騰, 傳也. 从馬. 朕聲]. 전(傳)은 서로 번갈아든다[遞也]는 뜻인데, 급한 일을 알리는 사람이 차례로 소식을 전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등(騰)은 마(馬) 부에 속하는데, 마(馬)는 화내다, 씩씩하다[說文 : 怒也, 武也]는 뜻이다. 여기서 활용돼 말이 솟구치듯이 빨리 달린다는 뜻이 됐다.

 

 

致 '이를 치' 글자꼴이 두드린다[攴]와 이르다[至]로 구성됐는데, 두드려서 재빨리 이르게 한다는 말이다. 지(至)는 새가 높은 곳에서 날아와 땅에 다다른다는 뜻으로 위로 오르지 않고 아래로 내려온다는 의미다[說文 : 至, 鳥飛從高下至地也].

 

 

雨 '비 우' 구름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뜻인데, 일(一)은 하늘을 그렸고, 경(冂)은 구름을 상형했는데, 그 사이로 물이 떨어진다는 말이다[說文 : 雨, 水从雲下也. 一象天. 冂象雲. 水霝其閒也].

 

 

露 '이슬 로' 윤기 있는 광택이다. 자형은 ‘비 우(雨)’로 구성됐고, 로(路)는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潤澤也, 从雨. 路聲]. 오경통의(五經通義)에 “따뜻한 기운이 한데 엉기면 진액인 이슬이 된다.”라고 했다.

 

 

結 '맺을 결' 맺는다는 뜻인데, 자형은 ‘실 사(糸)’로 구성됐으며, 길(吉)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結, 締也, 从糸 吉聲]. 체(締)는 단단하게 얽어 매여 흩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結不解也]. 골(縎) 역시 결인데[結也], 이는 풀지 못하게 맺힌 것[結不解]이다.

 

 

爲 '할 위' 큰 원숭이다. 그 짐승이 (손을 사용하여) 잘 할퀸다. 아랫배는 원숭이의 형상이다[說文 : 爲, 母猴也. 其爲禽好爪. 下腹爲母猴形]. 우(禺)는 암원숭이 무리다. 그런즉, 위(爲)는 우(禺)와 상응한다. 가차(假借)하여 우(禺)를 위(爲)로 썼다. 금(禽)은 기어 다니는 길짐승[走獸]을 말하는데, 이 짐승이 손을 사용하여 물건을 잘 할퀴므로 위(爲)가 조(爪)로 구성됐다. 조(爪)는 잡는다[극(丮) : 잡는다]는 뜻인데,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한 것을 조(爪)라 한다[丮也. 覆手曰爪]. 그리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것은 장(掌)이다. 복(腹)은 복(復)으로 여기는데, 조(爪)와 마찬가지로 위(爲)를 구성했다. 그래서 위(爲)자의 아랫부분은 원숭이의 전신의 모양[頭目身足之形]을 그린 것이다. 한편 중국 청나라 말기의 학자 뤄전위[羅振玉]는 위(爲)를 ‘조(爪)’와 ‘상(象)’을 기본 구성요소로 하는 회의문자(會意文字)로 보았다.

 

 

霜 '서리 상' 잃는다는 뜻이다. 만물을 이루는 것이다. 자형은 ‘비 우(雨)’로 구성됐으며, 상(相)은 발음을 나타낸다[說文 : 霜, 喪也. 成物者. 从雨. 相聲]. 서리는 수증기가 수축해 물체 표면에 얼어붙은 것인데, 서리가 내리면 만물이 움츠려든다[肅縮]. 이때가 되면 백곡을 잘 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霜)이 잃는다는 의미를 지녔다.

 

 

운(雲), 우(雨), 노(露), 상(霜)은 예부터 강호(江湖)의 많은 시인, 묵객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냈다. 중국 전한(前漢)시대, 장수 이릉(李陵)이 흉노에게 포위되어 항복하였다는 사실을 듣고 노한 한 무제(武帝)에게 사마천(司馬遷)은 있는 힘을 다하여 싸운 이릉을 변호하다 그만 무제의 분노를 산 나머지 궁형(宮刑)에 처해졌다. 한편 소무(蘇武) 역시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잡혀 19년간 억류되었다가 무사히 귀국했다. 절개를 굳게 지킨 소무에게 이릉은 자신의 역부족을 항변하는 '답소무서(答蘇武書)'를 보내는데, 그 가운데 "용맹한 장수들이 구름처럼 많았고[猛將如雲], 지모 있는 신하들이 비 오듯이 즐비했다[謀臣如雨]."라는 구절이 나온다.

 

 

두보(杜甫)의 ‘진주잡시(秦州雜詩)’에 “달은 나뭇잎 이슬에 빛나고[月明垂葉露]/구름은 시내를 넘는 바람을 쫓는다[雲逐度溪風].”라고 했는데 마치 이슬방울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달이 나뭇잎에 얹힌 것 같다. 그리고 이백(李白)이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지은 시 ‘청촉승준탄금(聽蜀僧浚彈琴)’에서 읊은 “흐르는 물처럼 나그네 마음을 씻어주고[客心洗流水]/여운은 차가운 종소리에 배어든다[餘響入霜鐘].”라고 한 구절에서는 서릿발같이 차가운 상(霜)의 기운이 마음 깊이 스며드는 듯하다.

 

 

또 두보는 봄날 밤비가 내리는 기쁨을 노래했는데[春夜喜雨], “좋은 비는 때를 알고 있어/봄이 되면 만물을 싹터 자라게 하고/바람 따라 조용히 밤중까지 내려/만물에 생기를 돌게 하면서 소리도 없다[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라고 했다.

 

 

이는 비가 때맞추어 알맞게 내리는 순조로운 기후가 농사를 잘되게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내린 비는 모여서 못과 내를 이루고, 내가 모여 강을 이루며 삼라만상이 생기발랄하도록 젖줄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과 못에서 구름이 생겨나고, 구름이 올라서 엉기면 비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밤공기가 이슬을 형성하고, 이슬이 맺혀 차가워지면 서리가 된다. 이는 구름과 비, 이슬과 서리가 서로 응하는 인과관계인데, 더운 기운[陽氣]과 찬 기운[陰氣]이 대기 중에서 순환하면서 모였다 흩어지는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덕(德)이 모자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면 천재(天災)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노한 하늘이 구름을 운행하여 비를 내리지 않으면 물이 모자라 가뭄이 드는 것이요, 마찬가지로 대지가 더러워지면 하늘은 홍수를 내려 이를 씻어낸다. 이처럼 하늘은 물로서 만물을 통제하고 다스린다. 그리고 물은 그릇에 따르면 그릇 생긴 모양대로 찬다. 노자(老子)는 이러한 물의 겸손한 덕(德)을 가리켜 천명과 일치한다고 했는데, 물은 바로 생명의 근원으로 만물을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김태홍(金台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