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 三伏이라 부르는 이유는?
三伏은 1년 중 날씨가 가장 더운 때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初伏, 中伏, 末伏으로 구분된다. 대체로 陽曆 7월에서 8월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1년 중 기온이 가장 높고 습도도 높아 무덥다.
三伏을 정하는 기준은 매년 夏至 이후 세 번째 庚日을 初伏, 네 번째 庚日을 中伏으로 했고 立秋 이후 첫 번째 경일을 末伏으로 한다. 이렇게 하면 初伏과 中伏은 늘 열흘 간격으로 일정하지만 中伏과 末伏 사이는 열흘이 되는 경우도 있고 이십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越伏이라고 한다.
伏날에 담긴 의미와 연중 30~40일에 달하는 이 시기를 三伏 또는 三伏더위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伏이란 단어의 원뜻은 말 그대로 사람이 개처럼 땅에 바짝 엎드린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伏날에는 장차 일어날 陰氣가 陽氣에 눌려 바짝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伏이란 단어의 용례를 살펴보면 이미 ‘史記’의 ‘秦本紀진본기’에 “德公 2년(B.C 676년) 처음으로 복날을 정해 개를 잡아 熱毒을 제거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즉 지금부터 약 2700년 전에 복날 개를 잡아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복날의 역사는 悠久하다.
선인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발상을 하게 된 것일까? 이를 이해하자면 고대 동양의 과학이라 할 수 있는 陰陽五行에 대한 常識이 필요하다. 五行이론에서 사계절을 五行과 연계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각각 木, 火, 金, 水에 해당한다. 또 계절의 변화를 五行으로 해석하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것은 金生水가 되고, 겨울에서 봄은 水生木, 봄에서 여름은 木生火가 되어 五行이 相生해 순환한다. 하지만 유독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것은 火克金이 되어 五行相克이 된다.
즉, 가을을 상징하는 金氣가 여름의 火氣에 눌려 제대로 힘을 펴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어떻게 하면 별 탈 없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 金이 潛伏한다는 뜻에서 伏이란 단어가 유래한 것이다. 쉽게 말해 가을철 金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려 하는데 아직 여름의 더운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세력이 약해 단번에 일어서지 못하고 일정기간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이다.
이 시기를 중국에서는 長夏라 표현했는데 우리말로 하면 늦여름에 해당한다. 이렇게 다시 오행을 配屬해보면 봄, 여름, 長夏, 가을, 겨울이 木, 火, 土, 金, 水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왜 어떤 해에는 初伏, 中伏, 末伏이 열흘씩 일정한데 어떤 해에는 中伏과 末伏 사이에 20일이 되는 걸까? 夏至나 立秋 등 24절기는 태양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관계로 일정한 날짜에 오지만 天干은 10을 단위로 순환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약 10일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24절기와 약 10일 정도 편차가 생길 수 있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越伏이란 개념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어떤 해는 三伏기간이 30일이고 어떤 해는 40일이다.
伏날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의 문신 洪錫謨 홍석모(1781~1857)가 쓴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에 이런 기록이 나온다.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끊인 것이 狗醬이다. 닭이나 竹筍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狗醬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먹으면서 땀을 흘리면 氣가 허한 것을 보강할 수 있다. 생각건대, ‘史記’에 따르면 秦德公진덕공 2년(기원전 676)에 비로소 三伏 제사를 지냈는데, 성안 대문에서 개를 잡아 해충의 피해를 막은 것으로 보아 개를 잡는 것이 伏날의 옛 행사요, 지금 풍속에도 狗醬이 三伏 때 먹는 가장 좋은 음식이 된 것이다.”
한자 읽기
陽曆양력 氣溫기온 濕度습도 夏至하지 庚日경일 越伏월복 陰氣음기 陽氣양기 史記사기 熱毒열독 悠久유구 補身湯보신탕 陰陽五行음양오행 常識상식 五行相克오행상극 潛伏잠복 配屬배속 大暑대서 狗醬구장(개장국) 竹筍죽순
임영철(동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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