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의 名節 秋夕 이야기
별건곤 제43호
발행년월일 1931년 09월 01일
중추가절(仲秋佳節) 팔월가우(八月嘉優)라고 하여 달 밝고 철 좋은 추석명절(秋夕名節)이 또 다시 우리를 찾아준다. 명절(名節)을 명절답게 지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찾아주는 명절이 무엇이 그리 반가우랴마는 이 명절만은 우리의 명절로 하여 오래오래 지켜가도 해가 없을까 한다.
추석(秋夕) 명절의 유래(由來)! 부득이 옛일을 끄집어낼 것도 없지만 어째서 추석 명절이라는 것이 생겼는가를 알아보면 이렇다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천 년이 가까이 된 신라 유리왕(新羅儒理王) 때에 위로는 왕비나 왕녀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민간의 부녀들에게까지 두 편을 갈라서 七月 보름부터 八月 보름까지 서로 길삼(베짜기)을 하여 八月 추석날에 모두 모아 한 달 동안의 성적을 보아서 어느 편이 잘 짜고 많이 짠는지를 조사하여 나라에서는 상을 주고, 진편에서는 이긴 편에 대하여 큰 잔치를 베풀어 한 턱을 내며, 잔치 끝에는 모두 서로 서로 짝을 지어 제각기 가진 재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 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한다.
그리하여 그것이 풍속이 되어 그날을 가배절(嘉俳節)이라 혹은 八月 가우(嘉優)라고도 하고 또는 환가우(還嘉優)라고도 부르며 오늘까지 전해 내려오는데 하여튼 나라의 왕비와 왕녀로부터 민간 부녀들까지 길 삼을 해 가지고 그 성적을 고사(考査)한다 또는 그 하루를 즐거이 지낸다 한 것으로 보면 퍽이나 평민적으로 된 명절이요 더욱이 부녀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기쁜 명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근년에 와서 길 삼의 성적을 고사하는 풍속은 없어졌지마는 지방에 따라서는 추석날이면 일 년 내 방안에만 갇혀 있어서 문밖 천지를 구경하지 못하던 색시와 신부와 부인들이 하루의 틈을 비로소 얻어 고은 옷 고은 단장으로 이름 있는 산에 올라서 바다도 바라보고 강도 바라보며 들도 바라보고 산도 바라볼 뿐만 아니라 시원한 바람도 쐬게 되며, 혹은 이웃 동리에 있는 친척. 동기간. 옛날 동무를 만나서 막혔던 회포도 풀고 시집살이 하소연도 하면서 반가운 눈물, 애달픈 눈물을 서로 바꾸는 날이니 그날이야말로 여자에게는 해방의 하루라고 볼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요새에 와서는 그만한 여유조차 없게 되어 그런 풍속까지 볼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생활 범위가 얼마나 더 쭈그러져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명절이 없는 민족은 활기가 없는 민족이요, 명절을 명절답게 지나지 못하는 사회는 빛이 없는 사회이다. 더위와 장마도 멀리 지나가고 연기 어리고 물 맑으며 바람 시원하고 달 밝은데다가 새 곡식이 익고 새 과일이 익어오며 더위와 싸우든 한 여름. 피와 땀을 방울방울이 흘리던 한 여름을 지내놓고 농부는 비로소 호미를 놓고, 촌 부녀들은 농사 바느질을 쉬게 되는 때가 이 추석 철이다. 이 하루를 정하여 농촌의 남녀로 하여금 한 여름 동안 피곤한 몸을 쉬게 하고 위안을 받게 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의미 있는 명절이다.
명절 없는 우리, 있고도 명절답게 지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 추석 명절만이라도 영구히 영구히 지켜 갔으면 하고 우리는 그윽이 빈다.<12>
三國史記 卷第一 新羅本紀 第一
유리(儒理) 이사금(尼師今)
九年春三月 육부의 이름을 고치고 17관등을 두다 (32년 3월 미상 음력)
왕(유리(儒理))이 육부를 모두 정하고 이를 둘로 갈라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기 부내(部內)의 여자를 거느리고 무리를 나누게 했다. 가을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큰 부(部)의 뜰에 모여 마포(麻布)를 짜고 밤 10시에 파했다.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의 많고 적음을 가려 진 편에서는 술과 음식을 내어 이긴 편에 사례했다. 이에 노래하고 춤추며 온갖 놀이를 즐겼으니 이를 가배(嘉俳)[譯註 026]라 불렀다.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추고 읊조려
“회소(會蘇) 회소”라 하니 그 소리가 애처롭고도 우아했다. 후세 사람들이 그 소리로 노래를 만들어 회소곡(會蘇曲)이라 이름했다.
[譯註 026] : 지금 8월 보름 명절인 추석(秋夕)을 한가위라고 부른다. ‘가위’는 ‘가배’에서 전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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