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운종중/조선 역사

시원한 샘물[寒泉

hellofine 2011. 6. 16. 09:06

 

시원한 샘물[寒泉]

 

 

南北行人暍/남북행인갈 오가는 행인 더위에 지쳤는데

寒漿當路傍/한장당로방 시원한 물을 길가에서 만났네

勺泉能潤國/작천능윤국 조그만 샘물 온 나라를 적시니

再拜迺堪嘗/재배내감상 두 번 절하고야 맛볼 수 있네

 

- 이규보(李圭報 1168~1241) / <시원한 샘물[寒泉]>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한국문집총간 2집)

 

[해설]

 

고려시대 대문장가인 이규보가 길을 가다 지은

두 편의 시 중 한 편입니다.

 

작은 샘물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처럼 벅찬 감동을 주지도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가슴을 일렁이게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무심코 지나치곤 합니다.

 

그러나 더운 여름 지친 행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닌 바로 시원한 물 한 잔일 것입니다.

 

요즘은 큰물에 비유될 만큼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많은 물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무심히 흘려보내기만 하지는 않는지?

 

목마르고 지쳐 쓰러진 사람들에게 한 잔씩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우리 주변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텐데요.

나는 누구의 샘물이 될 수 있을까, 옆을 한 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혹은,

이규보가 지은 나머지 한 편처럼 길가의 나무가 되는 것도 좋겠지요.

 

큰 나무[大樹]

 

好是炎天憩/호시염천게 더운 날씨에 쉬기 좋고

宜於急雨遮/의어급우차 소낙비 피하기도 좋아라

淸陰一傘許/청음일산허 시원한 그늘 양산만 하니

爲貺亦云多/위황역운다 주는 혜택이 또한 많구나

 

 

글쓴이 / 2011. 6. 16. (목)

이정원(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