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선생(조광조)이 대사헌으로 있을 적에 선생과 같은 해에 진사가 된 동기 중에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내를 쫓아내고 싶어서 선생에게 친한 사람을 보내 칠거지악을 근거로 문의하였다. 선생이 정색을 하고 대답하였다.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며 만복의 근원이니 관계된 바가 지극히 중요하다. 부인의 성품은 어둡고 무지하니,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군자로서는 바른 도리로 이끌고 감화시켜 함께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두터운 덕이다. 모범을 다하지도 않고서 갑자기 쫓아내려 한다면 너무 야박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이것은 한 집안의 윤리에 관한 일이니, 바깥사람이 감히 논의할 수 없다. 헤아려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이 탄복하고 돌아갔다. 선생의 두터운 덕이 이와 같았다.
[원문]
先生爲風憲長, 先生之同年進士, 有不協於家室者, 欲出其妻, 遣所親之人, 據七去之義, 來稟於先生. 先生正色, 答曰, 夫婦, 人倫之始, 萬福之原, 所關至重. 婦人之性, 陰暗無知, 雖有所失, 爲君子者, 當率以正, 使之感化, 共成家道, 此是厚德. 如或未盡於表率之道, 而遽欲去之, 不近於薄乎. 況此一家倫理間事, 外人不敢容議, 商量自處可也. 聞之者歎服而去, 先生之厚德類此.
- 조광조(趙光祖, 1482~1519), 「어류(語類)」, 『정암집(靜菴集)』 부록 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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