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夫子吟詩 (남편의 詩에 화답하다)
和夫子吟詩 (남편의 詩에 화답하다) 金三宜堂(김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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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 天 明 月 滿 園 花 하늘엔 밝은 달이, 동산엔 꽃이 가득한데
만천명월만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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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 影 相 添 月 影 加 꽃 그림자 서로 더하고 그 위에 달그림자 더한다.
화영상첨월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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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 月 如 花 人 對 坐 달 같은 사람, 꽃 같은 사람이 마주 대해 앉았으니
여월여화인대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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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 間 榮 辱 屬 誰 家 세간의 영욕 따위야 누구네 집에 있던고?
세간영욕속수가
【 註釋 】夫子 부자(덕행이 높은 사람에 대한 경칭/여기서는 아내가 남편을 공경하여 부르는 존칭), 滿 만(차다), 園 원(동산), 影 영(그림자), 添 첨(더하다), 加 가(더하다/가하다), 榮辱 영욕(영화로움과 욕됨), 屬 속/촉(무리․엮다 ․ 잇다 속/붙다 촉), 誰 수(누구), 屬誰家 속수가(누구 집에 딸렸는가?/우리에게는 관계없다는 뜻)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麻’ 韻 으로 ‘花 ․ 加 ․ 家’자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金三宜堂김삼의당(1769~?) 조선 영 ․ 정조 때 여류시인으로 전북 남원태생이다. 三宜堂삼의당이 호이며, 詩에 뛰어나고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 생년월일이 같은 한동네 출신인 河煜하욱에게 시집갔는데, 시재가 막상막하여서 부부가 唱和창화한 詩가 많았다. 시집 ‘三宜堂稿’삼의당고가 전해진다.
【 評說 】 봄날 꽃이 만발한 달밤에 부부가 마주하다
이 詩는 달이 휘영청 밝고 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밤, 사랑하는 부부가 동산에 올라 달빛과 꽃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여 詩興시흥에 겨워 서로 주고받았던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이다.
이 詩의 원래 제목은 “낭군을 받들어 밤에 동쪽 동산에 이르니, 달빛은 바야흐로 밝고, 꽃 그림자는 땅에 가득한데, 낭군이 절구 한 수를 읊기에, 첩이 그 운을 쫒아 화답하다.”(奉夫子, 夜至東園, 月色正好, 花影滿地, 夫子吟詩一絶, 妾次之)인데 긴 제목 속에 이 詩를 짓게 된 배경과 분위기가 이미 다 들어있다.
군자와 숙녀가 함께한 이날 밤, 하늘에는 밝은 달이 땅에는 꽃이 만발하였는데, 그 위에 꽃 그림자와 달그림자마저 분위기를 더욱 황홀하게 한다. 꽃에 취하고 달에 취하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취하여 달 같은 남자와 꽃 같은 여인이 되어 善男善女선남선녀로 마주 앉아 있으니, 속세의 저 榮辱영욕이나 哀歡애환 따위야 도무지 우리가 알바가 아니라고 하였다.
‘꽃’(花)과 ‘달’(月)을 세 번 반복하여 이리저리 굴리는 그 능란함에 이끌리어, 詩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들 부부는 1769년(영조 45년) 10월 13일 南原남원 동춘리 한마을에서 태어나 18세 되던 해 소위 생일동갑끼리 배필이 되었다. 華燭洞房화촉동방을 밝히던 첫날 밤, 合歡酒홥환주를 마시면서 신랑신부가 詩를 주고받았다.
신랑이 먼저 읊었다.
相逢俱是廣寒仙 만나고 보니 우리는 모두 광한전의 신선이었는데
상봉구시광한선
今夜分明續舊緣 오늘 밤 분명 그 옛 인연을 이었다.
금야분명속구연
配合元來天所定 배필은 원래 하늘이 정하는 것인데
배합원래천소정
世間媒約總紛然 세간의 중매쟁이야 공연히 수고로웠을 뿐이다.
세간매약총분연
이에 화답한 신부(삼의당)의 詩
十八仙郞十八仙 열여덟 살 신랑에 열여덟 살 신부
십팔선랑십팔선
洞房華燭好因緣 신방에 밝힌 화촉, 좋은 인연이어라.
동방화촉호인연
生同年月居同閈 같은 연월에 태어나 한 문안에 살게 되니
생동년월거동한
此夜相逢豈偶然 오늘밤의 이 만남이 어찌 우연이리요?
차야상봉기우연
너울거리는 화촉아래 전개되는 아름답고 정겨운 신혼부부의 첫날밤 정 경이 눈앞에 어른거리지 않는가?
흔히 ‘금슬이 좋은 부부’를 비유하여 ‘比翼鳥’비익조라고 하는데, 이 새는 암컷과 수컷이 날개가 서로 붙어있어 언제나 함께 난다고 한다. 또 ‘부부의 애정이 깊은 것’을 비유하여 ‘連理枝’연리지라고 하는데, 나무 밑 둥은 두 개의 나무지만 가지부분이 하나로 달라붙어 하나가 된 나무를 말한다. 하여 고인들도 부부의 애틋한 정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하늘에서는 우리 둘이 비익새가 되어 날고, 땅위에서는 우리 둘이 연리지가 되기를 바란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고 하며 손가락을 걸고 맹세하였다 하지 않는가?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여! 이러한 부부처럼 사랑의 그 마음 변치 말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지고, 살고지고…
글/ 김자원 / 2010.06.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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