絶句 (산속에 사는 즐거움)
絶句(절구) / 崔沖(최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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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 庭 月 色 無 煙 燭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
만천월색무연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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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 坐 山 光 不 速 客 자리에 들어오는 산 빛은 청하지 않은 손님이다.
입좌산광불속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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更 有 松 絃 彈 譜 外 다시 악보 밖의 솔바람 현악이 있으니
갱유송현탄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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只 堪 珍 重 未 傳 人 다만 소중히 여길 뿐 남에게 전하지 않는다네!
지감진중미전인
【 註釋 】庭 정(뜰), 煙 연(연기=烟子), 無煙燭 무연촉(연기 없는 촛불), 速 속(빠르다/초청하다), 不速賓 불속빈(초청하지 않은 손님=不請客), 更 갱/경(다시 갱/고치다 경), 絃 현(악기줄/현악기), 松絃 송현(松琴송금과 같은 의미로 소나무에 부는 맑은 바람소리를 거문고 소리에 비유), 彈 탄(연주하다/탄환), 譜 보(악보/족보), 彈譜外 탄보외(악보에도 없는 곡을 연주하는 것), 堪 감(견디다/…할만하다), 只堪 지감(다만…할만하다), 珍 진(보배), 珍重 진중(진귀하고 소중함), 傳 전(전하다)
【 構成 및 韻律 】7언 絶句로 平起式평기식이며, 韻字는 平聲 ‘眞’ 韻 으로 ‘賓 ․ 人’자이다 (참고 : ○ 평성, ● 측성, ◎ 운자)
【 作者 】崔沖최충(984~1068) 고려 성 ․ 문종 때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호는 惺齋성재, 자는 浩然호연이며 문장과 글씨에 뛰어났다. 태사 ․ 중서령 등 벼슬을 역임하였으며, 만년에 九齋구재를 세워 경학을 강의하여 해동공자로 추앙되었고, 저서에 ‘최문헌공유고“가 있다.
【 評說 】 산속에 사는 즐거움
이 詩는 달이 밝고 바람이 맑은 날 밤에 산방에 앉아 문득 읊은 것으로 산속에서 생활하면서 스스로 느낀 유유자적함과 그윽함을 나타냈다.
고인들은 ‘솔 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또는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 삼아’(月燭雲屛) 등의 사례처럼 흔히 달빛을 촛불로 비유하였다. 여기서도 뜰에 가득한 달빛을 연기 없는 촛불이라 하였는데, 바로 밝은 달빛이 촛불인양 아늑하고 정겹게 온 사방을 비춰주고 있다. 달빛을 즐길 겸하여 자리에 앉으니, 멀고 가까운 산들이 올망졸망 시립하듯이 다소곳이 다가와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 또한 초청하지 않은 손님으로 다가오니 나와 한 몸으로 동화된 듯하다.
이때 맑은 바람이 소나무 숲을 스치면서 솔바람이 불어온다. 솔바람 소리의 청량한 소리는 거문고의 청아한 가락과 무엇이 다르랴! 솔바람 소리를 악보가 없는 소나무 현악기(松絃)로 보았는데, 바로 소나무 거문고인 松琴송금이라 하겠다.
대자연속에 묻혀 살면서 얻은 이 진귀하고도 소중한 즐거움을 스스로 즐길 뿐이지, 구구하게 말로써 누구에게 전해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일찍이 누군가가 이백에게 ‘왜 푸른 산에 사느냐?’ 고 물으니, ‘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라고 하였다. 산중에 사는 즐거움을 다만 몇 마디 말로 표현 길이 없고, 그 유유자적함은 산속에 살면서 스스로 체득하고 즐길 수밖에 없다 하겠다.
고려 고종 때 崔滋최자가 지은 ‘補閑集’보한집에서 이 詩를 “시상이 風雅풍아하고 고상하며, 시어가 맑고 婉曲완곡하여, 塵世진세를 벗어난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작자 최충은 정계의 원로요 학계의 태두였고, ‘해동공자’로 추앙되었는데, 부귀영화와 풍류마저 갖춘 세상에 보기 드문 사람이라 하겠다.
글/ 김자원 / 2010.06.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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