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10)

hellofine 2011. 9. 11. 17:51

천자문(千字文) 이야기 (10)

 

龍師火帝 鳥官人皇 (용사화제 조관인황)

 

龍 '용 용',  師 '스승 사', 火 '불 화',    帝 '임금 제',

鳥 '새 조',  官 '벼슬 관', 人 '사람 인', 皇 '임금 황'

 

용으로 벼슬자리를 정하고 불과 같은 덕을 기린 임금이 있었으며,

새 이름으로 관직명을 붙이고 인륜으로 다스린 임금이 있었다.

 

 

龍 '용 용' 비늘이 있는 동물의 수장(首長)이다. 종적을 감추기도 하고 나타낼 수도 있으며, 작아질 수도 있고 커질 수도 있으며, 짧아질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다. 춘분(春分)에는 하늘로 오르고, 추분(秋分)이면 심연(深淵)으로 잠긴다. 자형은 ‘고기 육(肉)’으로 구성됐다[說文 : 龍, 鱗蟲之長. 能幽能明. 能細能巨. 能短能長. 春分而登天. 秋分而潛淵. 从肉]. 그리고 용(龍) 자의 오른쪽 방(旁)의 모양은 고기가 날아가는 형상[飛]이며, 또 모시(毛詩)에서 용(龍)은 총애한다[寵]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길게 펴진다[長發]는 말과 같이 용이 조화를 부린다[邕和]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서 용(龍)은 '총(寵)'이나 '옹(邕)' 자에서 가차(假借)한 글자라고 설명했다.

 

 

師 ‘스승 사’ 군사가 이천오백 명인 군대조직을 뜻하는데, 사면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말이다[說文 : 師, 二千五百人爲師. 四帀衆意也]. 지금 군대 조직의 유래인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사(師)를 맹수의 으뜸인 사자의 형상을 그린 글자로 보아 우두머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도 한다. 그래서 사(師)는 관직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火 '불 화' 화(火)는 불이다. 남방을 가리키며, 불이 위로 타오르며 솟구치는 모양을 상형했다[說文 : 也. 南方之行. 炎而上. 象形]. 자형은 아래쪽은 넓고, 윗부분이 좁아 날카롭게 생긴 모양이다. 훼[]도 불[火]이다. 같은 뜻인데, 지금은 없어진 글자다.

 

 

帝 '임금 제' 살핀다는 뜻인데, 천하에 왕을 부르는 호칭이다. 이(二)로 구성됐다[說文 : 帝, 諦也. 王天下之號. 从二]. 제(帝)는 이부(二部)에 속하며, 이(二)는 상(上)의 고자(古字)로 높다는 뜻이므로 뭇사람 위에 있는 왕이라고 해석하며, 또 하늘에 제사지낼 때 사용한 큰 상(床)을 본뜬 글자라고도 한다. 상고 시대의 제(帝)는 본래 천신(天神)의 호칭이었다. 예기(禮記) 공자한거(孔子閑居)의 주(注)에서 “제(帝)는 천제(天帝)다[帝, 天帝也].”라고 했다.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도 제(帝)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제사를 주관하는 수장을 또한 제(帝)라고 했다. 그래서 오제(五帝)라고 하는 것이다. 제사의 의미는 나중에 체(禘)로 썼다.

 

 

鳥 '새 조' 긴 꼬리를 가진 날짐승 전체를 일컬으며, 상형문자다[說文 : 鳥, 長尾禽摠名也. 象形]. 이아(爾雅) 석조(釋鳥)에도 조(鳥)는 꼬리가 길고 깃털이 많은 새의 총명이라고 했다[長尾羽衆禽摠名]. 금(禽)은 다리가 둘이며 날개가 있는 것이다. 반면에 꼬리가 짧은 새는 추(隹)다.

 

 

官 '벼슬 관' 자는 관청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하는 관리를 뜻한다[說文 : 官, 吏事君也]. 이(吏)는 벼슬아치를 이른다.

 

 

人 '사람 인' 세상에 출생한 것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다. 사람의 팔다리 형상을 상형했다[說文 : 天地之性最貴者也. 象臂脛之形]. 여기서 성(性)은 세상에 태어난다는 의미인데, 고문(古文)에서는 생(生)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했다. 예기(禮記)에서 사람은 천지의 핵심[心]이라고 했다.

 

 

皇 '임금 황' 크다는 뜻인데, 자형은 ‘스스로 자(自)’와 ‘임금 왕(王)’으로 구성됐다. 자(自)는 시초다. 왕의 시초는 삼황이다. 위대한 임금들이다[說文 : 皇, 大也. 从自王. 自, 始也. 始王者, 三皇. 大君也]. 처음으로 천하를 통치했기에 대군(大君)이라 했는데, 이로 말미암아 무릇 큰 것을 칭하게 됐다. 그리고 고대에 새의 깃털로 장식된 갓을 쓰고 추는 춤을 ‘황무(皇舞)’라 불렀다. 그래서 황(皇)의 본뜻을 오색 깃털로 장식된 모자라고 일컫는다. 한편 황(皇)자의 금석문(金石文) 모양을 왕이 면류관을 쓰고 있는 형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송(宋)나라 때 백과사서(百科辭書) '태평어람(太平御覽)'에서는 여와(女媧)가 흙으로 자기모습을 본떠 사람을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맨 처음에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우주와 생명, 인간세상을 스스로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사람에게 자연을 인식하고 세상을 감당하는 힘과 지혜를 길러주기 위해 하늘에서 여러 신들이 내려왔다.

 

 

중국의 전설 속에 나오는 ‘삼황(三皇)’ 또한 이러한 인류를 가르치기 위해 내려온 신들인데, 바로 ‘수인(燧人)씨, 복희(伏羲)씨, 신농(神農)씨’다. 여기서 '씨(氏)'가 뜻하는 원시적인 의미는 신(神)이다.

 

 

수인씨는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나무를 이용해 불을 얻는 방법을 가르쳤다. '불[火]'은 천상의 가장 큰 비밀이었는데, 이를 인류에게 알려준 것이다. 불을 얻은 인류는 비로소 익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신체도 건강해졌으며, 생활방식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복희씨는 사람들에게 그물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고, 사냥하고, 땅을 갈아서 농사를 짓는 방법을 가르쳐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환경을 만들었다. 또 그는 관직을 설치하여 백성들을 다스렸는데, 사람들의 몸에 용(龍)을 그려 그들의 신분을 나타냈다. 또 천지의 운행을 본받아 요금(瑤琴)이란 악기를 만들었으며, 봉황의 날개 모양을 보고 퉁소(簫)라는 악기도 제작했다. 아울러 ‘가변(駕辨)’이란 곡을 창작했는데, 이는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엄격한 혼례(婚禮)를 제정하여 반드시 이러한 혼인의식을 거친 후에야 자식을 낳을 수 있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性)을 풍(風)으로 정했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은 비로소 성씨가 있게 됐다.

 

 

화제(火帝)는 신농(神農)씨를 가리키는데, 불의 제왕이란 의미로 염제(炎帝)라고도 칭한다. 신농씨(神農氏)는 모든 식물을 일일이 씹어서 맛을 보고난 다음 그 성질과 기능을 알아냈다.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어 사용했으며, 이를 이용해 음식물을 익히는 방법을 깨우쳤다.

 

 

신이 세상에 내려와 인류에게 직접 문화를 전수해 주면서 사람과 신이 함께 살던 삼황시대에 이어 황제(黃帝)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신전문화(神傳文化)를 사람이 제대로 펼치는 오제(五帝)시대로 접어든다.

 

 

이처럼 동방(東方)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원고(遠古)시기 역사를 고찰해보면 이는 신(神)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 명맥을 면면이 이어온 사실이 이를 충분하게 입증한다. 오늘날 고대의 수많은 출토문물과 전적(典籍)을 살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인들은 신을 믿고 공경하였으며, 신이 가르쳐준 사람의 도리를 지키면서 대대로 그 문화를 전승해 온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사람의 감각을 자극하는 과학의 가상세계에 미혹된 현대인들이 덮어놓고 신화란 원시인들이 상상한 공상세계라고 치부할 따름이다.

 

 

김태홍(金台洪)